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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4.26. 선고 2010다79923 판결

[저작인격권침해정지][공2013상,915]


【판시사항】

[1] 저작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변경한 경우,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저작물에 관하여 출판계약을 체결한 저작자가 저작물 변경에 동의하였는지와 동의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

[2] 저작자가 출판계약에서 행정처분을 따르는 범위 내의 저작물 변경에 동의한 경우, 위법하지만 당연 무효라고 볼 수 없는 행정처분에 따른 계약 상대방의 저작물 변경이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갑 등과 출판계약을 체결하여 그들이 작성한 원고(원고) 등으로 교과서를 제작한 을 주식회사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정지시에 따라 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여 발행·배포한 사안에서, 위 수정은 갑 등이 동의한 범위 내로서 위 교과서에 대한 갑 등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지는데(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저작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변경한 경우에는 저작자의 위와 같은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작물에 대한 출판계약을 체결한 저작자가 저작물의 변경에 대하여 동의하였는지 여부 및 동의의 범위는 출판계약의 성질·체결 경위·내용, 계약 당사자들의 지위와 상호관계, 출판의 목적, 출판물의 이용실태, 저작물의 성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행정처분이 아무리 위법하다고 하여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하자를 이유로 무단히 그 효과를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저작자가 출판계약에서 행정처분을 따르는 범위 내에서의 저작물 변경에 동의한 경우에는, 설사 행정처분이 위법하더라도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행정처분에 따른 계약 상대방의 저작물 변경은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갑 등과 출판계약을 체결하여 그들이 작성한 원고(원고) 등으로 교과서를 제작한 을 주식회사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정지시에 따라 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여 발행·배포한 사안에서, 출판계약의 성질과 내용, 갑 등 저작자들과 을 회사가 교과서 검정신청을 하면서 제출한 동의서의 내용과 제출 경위, 갑 등과 을 회사의 지위와 상호관계, 출판의 목적, 교과서의 성격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갑 등은 출판계약 체결 및 동의서 제출 당시 을 회사에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정지시를 이행하는 범위 내에서 교과서를 변경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위 수정지시를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없으므로, 이를 이행하기 위하여 을 회사가 위 교과서를 수정하여 발행·배포한 것은 교과서에 대한 갑 등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2] 행정소송법 제1조(행정처분일반), 제19조,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3] 행정소송법 제1조(행정처분일반), 제19조,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31309 판결(공1993상, 598)

[2]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다12012 판결(공2010상, 964)


【전 문】

【원고, 상고인】원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OOOO 담당변호사 OOO 외 3인)

【피고, 피상고인】주식회사 OO출판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OO 담당변호사 OOO 외 3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10. 8. 25. 선고 2009나9214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지는데(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저작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변경한 경우에는 저작자의 위와 같은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3130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저작물에 대한 출판계약을 체결한 저작자가 저작물의 변경에 대하여 동의하였는지 여부 및 동의의 범위는 출판계약의 성질·체결 경위·내용, 계약 당사자들의 지위와 상호관계, 출판의 목적, 출판물의 이용실태, 저작물의 성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행정처분이 아무리 위법하다고 하여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하자를 이유로 무단히 그 효과를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다12012 판결 등 참조), 저작자가 출판계약에서 행정처분을 따르는 범위 내에서의 저작물 변경에 동의한 경우에는, 설사 행정처분이 위법하더라도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행정처분에 따른 계약 상대방의 저작물 변경은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 및 소외인(이하 소외인은 생략하고 ‘원고들’이라고만 한다)은 2001. 3. 24. 피고 주식회사 금성출판사(이하 ‘금성출판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교육부(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 이하 ‘교육과학기술부’로 통칭한다)의 검정교과서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원심 판시 이 사건 교과서의 원고(원고)를 작성하여 피고 금성출판사에 인도하고, 피고 금성출판사는 위 원고(원고) 등을 이용하여 이 사건 교과서의 검정본을 제작하여 검정신청을 하기로 하는 내용의 교과서 출판계약(이하 ‘이 사건 출판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2) 그런데 이 사건 출판계약 제6항에서, ‘원고들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이 사건 교과서에 대한 수정·개편 지시가 있을 때에는 소정의 기일 안에 그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수정·개편을 위한 원고(원고) 및 자료를 피고 금성출판사에게 인도하여야 하고, 피고 금성출판사는 원고들의 요구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교과서의 내용을 소정의 기일 안에 수정·개편하여야 한다’고 약정하였다.


(3) 원고들과 피고 금성출판사는 이 사건 출판계약 체결 이후인 2001. 12. 8.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이 사건 교과서의 검정신청을 하면서, ‘이 사건 교과서의 저작권 및 발행권 행사에 있어서, 교과용도서의 원활한 발행·공급과 교육 부조리 방지를 위한 교육인적자원부장관(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으로 통칭한다)의 지시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에 동의하고, 이를 위반할 때에는 발행권 정지 등 어떠한 조치도 감수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의 동의서(이하 ‘이 사건 동의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이 사건 출판계약의 성질과 내용, 이 사건 동의서의 내용과 그 제출 경위, 원고들과 피고 금성출판사의 지위와 상호관계, 출판의 목적, 이 사건 교과서의 성격, 그리고 그 당시 시행되고 있던 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2002. 6. 25. 대통령령 제1763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는 교과용 도서의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으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검정도서의 저작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고(제26조 제1항), 저작자가 이러한 수정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그 검정합격을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 안에서 그 발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제47조 제1호)고 규정되어 있어서(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도 대동소이한 내용의 규정이 있다), 원고들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이러한 수정명령에 응하지 아니하면 검정합격의 취소나 발행 정지로 인해 이 사건 교과서의 발행이 무산될 수도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고들은 이 사건 출판계약의 체결 및 이 사건 동의서의 제출 당시 피고 금성출판사에 대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수정지시를 이행하는 범위 내에서는 이 사건 교과서를 변경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2008. 10. 30. 이 사건 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도록 권고하였으나 원고들이 그 중 상당수 항목에 관하여 수정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피고 금성출판사에게 이 사건 교과서에 관하여 원심 판시 이 사건 수정지시를 하였고, 이에 피고 금성출판사가 이 사건 수정지시에 따라 이 사건 교과서를 수정하여 중·고등학교 검정교과서의 발행업무 등을 대행하는 피고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를 통하여 이를 발행·배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수정지시가 당연 무효라고 보아야 할 사유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수정지시를 이행하기 위하여 피고들이 이 사건 교과서를 수정하여 발행·배포한 것은 원고들이 동의한 범위 내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교과서에 대한 원고들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행위 및 법령 해석의 잘못, 동일성유지권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박병대 고영한(주심) 김창석


(출처 : 대법원 2013.04.26. 선고 2010다79923 판결[저작인격권침해정지] > 종합법률정보 판례)